
저는 처음 글린카의 비올라 소나타를 접했을 때, 이 곡이 미완성작이라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2악장만으로도 충분히 완결성 있는 작품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1825년부터 1828년 사이 성 페테르스부르크에서 작곡된 이 소나타는 글린카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기 전,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시기에 쓴 작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글린카 본인이 이 곡을 자신의 초기작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Pre-Italian' 작품, 즉 서구 음악의 영향을 받기 전 순수한 러시아 정서가 담긴 곡으로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연주하는 버전은 러시아의 전설적인 비올리스트 보리소프스키가 비올라 파트를 보완하여 완성한 것으로, 2악장 마지막 부분의 재현은 원곡보다 더 아름답게 마무리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음악적 배경
미하일 글린카는 1804년 러시아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러시아에는 제대로 된 음악 교육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그는 13세에 페테르스부르크 귀족 기숙학교에 입학해 독일인 교사에게 피아노를 배웠습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흥미로운 게, 글린카가 러시아 민족음악의 선구자로 불리지만 정작 그의 초기 교육은 서구식이었다는 점입니다.
글린카의 음악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은 1830년 26세에 이탈리아로 떠난 유학이었습니다. 밀라노 음악원에서 공부하며 벨리니와 도니체티의 오페라에 심취했지만, 3년 후 베를린으로 이동해 만난 지그프리트 덴 선생이 그에게 "가서 러시아 음악을 써라"고 권유했습니다. 이 한마디가 글린카를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아버지로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민족주의 음악(Nationalism in Music)'이란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각 나라의 고유한 민속 선율과 리듬을 클래식 음악에 접목시킨 사조를 의미합니다. 글린카는 러시아 민요의 선율적 특징과 교회 선법을 서구의 소나타 형식에 녹여냈고, 이후 발라키레프,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등 '러시아 5인조'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가 글린카의 비올라 소나타를 분석하면서 느낀 건, 이 곡이 서구 고전주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선율 곳곳에 러시아 특유의 서정성이 배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이지만,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전통적인 조성 관계(주조-딸림조)가 아닌 d단조-D장조로 이루어져 있어 형식적 실험이 엿보입니다.
레가토 주법
글린카 비올라 소나타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레가토(Simple Legato) 주법입니다. 레가토란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 연주하는 기법으로, 선율의 흐름에 저항 없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제가 직접 이 곡을 연주해보니, 1악장 제1주제부는 4분의 4박자이지만 Two count(한 마디를 2박으로 느끼는 방식)로 연주해야 슬라브적 두터움이 살아났습니다.
연주 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포지션(Position) 선택과 핑거링입니다. 포지션이란 비올라 지판 위에서 왼손 손가락을 사용하는 위치를 말하며, 제1포지션부터 제7포지션까지 존재합니다. 같은 음이라도 어느 포지션에서 연주하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기 때문에, 레가토 구간에서는 가능한 한 같은 현에서 연주하도록 핑거링을 설계해야 음색의 통일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악장 22-26마디는 D현에서만 연주하도록 핑거링하면, 현의 교차 없이 레가토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다만 이때 쉬프팅(포지션 이동) 시 끄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면 소리가 거칠어지므로, 손목을 부드럽게 회전시키며 이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41-45마디의 경과부는 Poco più mosso(조금 더 빠르게)로 격정적인 분위기를 만듭니다. 여기서는 B♭과 E음에 활의 속도를 빨리 하여 강조하고, 이어지는 16분음표들은 활을 적게 써서 민첩하게 연주하는 대조가 중요합니다. 솔직히 이 부분은 처음엔 템포 조절이 어려웠는데, 피아노와의 앙상블을 맞추기 위해 여러 번 연습이 필요했습니다.
2악장은 변형된 론도 형식으로, 8마디를 하나의 프레이즈로 보고 연주해야 레가토의 호흡이 살아납니다. 비브라토(Vibrato) 처리도 중요한데, 비브라토란 손가락을 떨어 음정을 미세하게 흔들어 음색에 풍부함을 더하는 기법입니다. 특히 지속음에서는 비브라토를 충분히 주어 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제가 연주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119-125마디의 'tutta forza(전력을 다해)' 구간이었습니다. C현의 D♭음은 음정이 높아지지 않도록, G현의 D♭음은 낮아지지 않도록 정확한 음정 컨트롤이 필요했습니다.
실전 연주
글린카 비올라 소나타의 구조적 특징은 비올라와 피아노가 주제를 주고받으며 변형·발전시킨다는 점입니다. 1악장 제1주제는 피아노가 먼저 제시하고 비올라가 반복하는 형태인 반면, 제2주제는 비올라가 먼저 제시합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두 악기 간의 앙상블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전 연주에서 제가 깨달은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템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특히 경과부나 발전부에서 템포가 흔들리기 쉬운데, 피아니스트와 사전에 루바토(Rubato) 처리 지점을 명확히 합의해야 합니다. 루바토란 템포를 자유롭게 가감하여 감정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기계적 정확함 대신 자유로운 감정 표현이 가능합니다.
- 다이내믹(셈여림) 조절 시 피아노의 음량을 고려해야 합니다. 비올라는 바이올린보다 음역이 낮고 음량이 작기 때문에, forte 구간에서도 피아노가 비올라를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 46-49마디의 피치카토(손가락으로 현을 튕기는 주법)는 점진적으로 크레셴도하되, 49마디 아르코(활 사용) 전환 시 sforzando(갑자기 세게)를 명확히 표현해야 긴장감이 살아납니다.
글린카가 이 소나타를 미완성으로 남긴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가 베를린에서 객사하기 전까지 다음 작품을 구상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악장의 마무리가 워낙 아름다워서, 3악장이 추가되었다면 오히려 곡의 완결성이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리소프스키가 보완한 2악장 종결부는 237-238마디에서 이중음을 1포지션에서 연주하며 p(여리게)로 사라지듯 끝나는데, 이 여운이 곡 전체의 서정성을 완성합니다.
글린카의 비올라 소나타는 기교를 과시하는 곡이 아닙니다. 대신 러시아 민요의 소박한 선율과 낭만주의 시대의 깊은 감정이 교차하는, 진솔한 음악적 대화입니다. 연주자는 화려한 테크닉보다 레가토의 흐름과 피아노와의 호흡에 집중해야 하며, 각 프레이즈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곡은 연습실에서보다 무대에서 더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청중 앞에서 피아니스트와 눈을 맞추며 템포를 조율하고,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는 순간이야말로 글린카가 의도한 '음악적 대화'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곡을 준비 중이시라면, 악보의 기술적 지시사항뿐 아니라 글린카가 살았던 19세기 러시아의 정서를 이해하려 노력해보시길 권합니다. 그 맥락이 연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비로소 이 소나타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드러날 것입니다.
참고: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