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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대 오페라의 진화 (오페라 장르, 베리즈모, 후기 낭만시대)

by 진헤 2026. 1. 25.

오페라극장

 

오페라는 단순한 공연예술을 넘어 시대의 감정과 사상을 담아내는 거울입니다. 바로크 시대를 지나 낭만파에 접어들면서 오페라는 성악가들의 기교를 과시하는 벨칸토 시대를 열었고, 이후 장르별로 세분화되며 다양한 표현 방식을 발전시켰습니다. 오페라 세리아의 진지함부터 오페레타의 유쾌함, 베리즈모의 현실성, 그리고 바그너의 거대한 음악 세계까지, 낭만시대 오페라는 인간의 모든 감정을 무대 위에 펼쳐냈습니다.

 

오페라 장르


오페라는 장르에 따라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오페라 세리아는 진지한 오페라를 의미하며, 대다수가 비극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거대하고 슬픈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보통 3시간 이상의 긴 러닝타임을 자랑합니다. 반면 가벼운 오페라 작품들도 많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코믹한 내용에 짧은 길이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발전한 오페레타는 보통 2막 정도로 끝나는 짧은 형식의 코미디 오페라입니다. 프랑스에서는 오페라 코믹이라는 장르가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는 오페라 부파가 발전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오페라 부파가 처음에는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아니었다는 사실입니다. 진지한 오페라를 보다 보면 관객들이 지치기 때문에, 막과 막 사이 긴 휴식 시간 동안 무대에서 공연하는 짧은 연극이 바로 오페라 부파였습니다. 때로는 한 시간짜리 작품도 있었으며, 주로 신분을 속이거나 귀족을 골탕 먹이는 전형적인 코미디 내용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오펜바흐의 '지옥의 오르페'는 이러한 코미디 오페라의 걸작입니다. 그리스 신화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이야기를 패러디한 이 작품에서, 유명한 음악가는 지옥으로 끌려간 부인을 구하러 가지 않고 오히려 자유를 만끽합니다. 하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부인을 구하러 가는 설정은 현대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지옥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무도회 장면에서 등장하는 갈로프는 나중에 유명한 캉캉 춤의 음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처음 오페라를 접하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오페라가 결코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훌륭한 입문작입니다.


베리즈모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에서는 베리즈모라는 현실주의 오페라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전통적인 오페라들이 신화나 왕족, 역사적 전쟁 이야기만 다루는 것에 불만을 품은 작곡가들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극적인 사건들을 소재로 삼기 시작했습니다. 불륜, 치정 살인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들은 더욱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스카니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베리즈모 오페라의 대표작입니다. 시골 군인이라는 뜻의 이 작품은 바람피우는 남자 친구를 둔 여성이, 그 상대 여성의 남편에게 사실을 일러바치면서 비극이 시작됩니다. 격분한 남편이 복수를 다짐하며 무기를 들고 나가자, 여성은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괴로워합니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아름다운 간주곡 인터메초는 극의 긴장감과 대비되어 더욱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단막극이기 때문에 한 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으로, 보통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와 함께 공연됩니다.
'팔리아치'는 유랑극단의 광대들 이야기입니다. 부인의 불륜을 알게 된 주인공은 격분하지만, 바로 무대에 올라가 코미디 연극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의상을 입어라"라는 아리아는 광대로서 사람들을 웃겨야 하는 의무와 내면의 고통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심정을 처절하게 표현합니다. 결국 무대 위에서 연극과 현실을 혼동한 주인공은 부인을 찌르고, "연극은 끝났습니다"라는 대사로 막을 내립니다. 이 두 작품은 베리즈모 오페라의 쌍벽을 이루며, 일상의 비극을 음악으로 승화시킨 명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후기 낭만시대


후기 낭만시대로 갈수록 오페라는 점점 더 거대해집니다. 푸치니는 베리즈모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더욱 다양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 작곡가입니다. '라 보엠'은 젊은 예술가들의 청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치정 살인 같은 극단적 사건보다는 잔잔한 감정의 흐름을 중시합니다. 음대생, 미대생 같은 가난한 예술가들이 함께 하숙하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는 마치 현대의 청춘 드라마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그대의 찬 손"이라는 아리아는 남녀가 열쇠를 찾다가 손이 닿는 순간의 설렘을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토스카'는 푸치니의 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소프라노 가수 토스카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남자 친구를 구하기 위해 경찰서장의 요구에 직면합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는데"라는 아리아는 평생 누구도 해치지 않고 살았던 여성이 부당한 상황에 놓였을 때의 처절함을 드러냅니다. 결국 토스카는 경찰서장을 찔러 죽이지만,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합니다. 한편 남자 친구는 "별은 빛나건만"이라는 아리아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자신의 운명을 노래합니다. 이 작품은 사랑과 배신, 희생이 얽힌 강렬한 드라마로 관객의 심금을 울립니다.
바그너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거대한 작품을 남긴 작곡가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4부작으로 구성되어 총 15시간에 달하며, 26년간 작곡되었습니다. 첫 번째 '라인의 황금'만 해도 3시간짜리 프롤로그입니다. 오케스트라는 한 번도 쉬지 않고 연주하며, 후기로 갈수록 음악은 더욱 복잡하고 현대적이 됩니다. 두 번째 편 '발키레'에 나오는 유명한 선율은 히틀러가 나치 전당대회에서 사용하기도 했으며, 영화 '지옥의 묵시록'에서는 헬기 융단 폭격 장면에 쓰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바그너의 오페라에 도전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통과하는 경험과도 같습니다.
후기 낭만시대 오페라는 감정의 선율에서 분위기와 밀도로 변화했습니다. 아리아 하나하나를 기억하기보다는, 작품이 끝난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정서가 남습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비엔나 귀족 사회의 사교문화를 풍자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청혼 장면을 그려냅니다. 오페라는 단순히 즐기기 위한 예술이지, 아는 척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매니아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즐겁게 즐기기 위해 듣는 것이며,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닙니다. 이제 시작하는 것이고, 늦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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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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