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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 파우스트 교향곡 (파우스트 만남, 구성, 주제 변형)

by 진헤 2026. 2. 1.

파우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은 괴테의 문학 작품을 음악적으로 재해석한 낭만주의 시대의 야심찬 기념비입니다. 1854년 완성된 이 작품은 단순한 서사의 재현이 아닌, 인물의 내면과 성격을 음악적 주제로 변환하는 혁신적 접근을 보여줍니다. 70분이 넘는 대작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반세기에 걸친 리스트의 고민과 탐구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파우스트 만남

리스트와 파우스트의 만남은 1830년 12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파리에 거주하던 리스트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초연을 하루 앞두고 그를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파우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후 제라르 드 네르발의 프랑스어 번역본으로 괴테의 「파우스트」를 처음 접한 리스트는 그 심오한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소년 시절부터 경이적인 비르투오소로 각광받으며 속세의 영광과 환희, 모순과 고뇌를 경험해 온 청년 리스트에게 파우스트의 이야기는 자신의 삶과 닮아 있었습니다.
1840년대에 리스트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기반으로 한 오페라를 구상했으나, 산발적인 아이디어와 스케치만 남긴 채 구체화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난제는 파우스트라는 인물의 복잡한 성격을 어떻게 음악으로 정리하고 표현할 것인가였습니다. 1849년 바이마르에서 괴테 탄생 10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고, 리스트는 슈만의 「괴테의 파우스트로부터의 장면들」 일부를 지휘했습니다. 1850년 여름에는 네르발이 바이마르를 방문하여 두 사람은 파우스트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리스트는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결정적 전기는 1852년 바이마르에서 베를리오즈가 자작의 「파우스트의 영벌」을 직접 지휘하면서 찾아왔습니다. 이 공연의 여파로 리스트는 파우스트에 관한 '교향곡'을 쓰겠다는 계획을 확정했고, 요아힘 라프와 같은 조수들의 기술적 지원을 받아 1854년 8월부터 10월까지 불과 두 달 만에 70분이 넘는 대작을 완성했습니다. 작품은 1857년 9월 5일 바이마르 궁정극장에서 리스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으며, 그 사이 마지막에 '신비의 합창' 장면이 추가되는 중요한 변경이 있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당연히 베를리오즈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제목에도 불구하고 고전적인 교향곡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리스트는 자신이 창안한 '교향시'의 방법론을 교향곡 구조와 융화시키려는 새로운 시도를 했으며, 서로 연관된 주제와 내용을 가진 3개의 교향시를 한 데 묶어놓은 '연작 교향시' 형태를 취했습니다. 세 악장에는 각각 '파우스트', '그레트헨', '메피스토펠레스'라는 제목이 붙었고, '세 인물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달렸습니다.

구성

제1악장 '파우스트'는 전곡 중 가장 장대하고 복잡한 악장으로, 연주시간만 25분에서 30분이 소요됩니다. 리스트는 파우스트의 이미지를 대략 5개의 주제로 나타냈는데, 이 주제들에는 파우스트의 성격뿐 아니라 그의 탐구 대상인 이 세상의 모습도 투영되어 있습니다. 곡이 시작되면 느린 템포로 음산하게 흘러나오는 제1주제는 인간 앞에 영원한 수수께끼로 존재하는 세상의 비밀을 나타냅니다. 비올라와 첼로로 연주되는 이 선율은 한 옥타브 내의 12개 음표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쇤베르크보다 70년 앞선 혁신적 발상을 보여줍니다.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여리게 제시하는 제2주제는 '동경의 주제'로 불리며, 파우스트 가슴 속 깊은 곳을 들추어 보입니다. 이후 템포가 빨라지면서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인간의 정열이 강렬하게 펼쳐지고, 바이올린 파트의 제3주제는 통한의 탄식처럼 등장해 정열적으로 치달아가며 파우스트의 끝없는 욕망과 야망을 부각시킵니다. 제4주제는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소리 높여 연주하며 욕망과 도전에 따르는 희열과 고뇌를 가리키고, 제5주제는 호른과 트럼펫의 장쾌한 팡파르에 실려 파우스트의 성취 혹은 결연한 의지를 나타냅니다.
이 악장은 성공한 노학자이자 마법사인 파우스트 박사가 진리에 대한 갈증 때문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거래하고, 시공을 초월한 여행과 젊음을 되찾아 아름다운 여인들과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음악적으로 집중 조명합니다. 느슨한 소나타 형식을 취하며, 5개의 주제가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치며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파우스트의 이미지를 심화시킵니다. 이러한 복잡성과 난해함은 리스트가 작곡 과정에서 느꼈을 어려움과 고군분투를 투영하는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탐구했던 리스트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제2악장 '그레트헨'은 간주곡 풍의 느린 악장으로, 앞선 악장에 비해 한결 듣기 편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악장의 주인공은 파우스트의 연인 그레트헨으로, 그녀는 청년으로 변신한 파우스트에게 반해 사랑을 나누고 아이까지 가졌지만, 그를 만나기 위해 지은 죄 때문에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전체는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제1부에서는 순결한 처녀 그레트헨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클라리넷의 도움을 받은 플루트가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가녀린 오보에 선율이 그녀의 모습을 수줍게 드러내며, 비올라의 부드러운 장식음이 순수한 이미지를 부각시킵니다.
제2부는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의 '사랑의 2중창'으로, 제1악장의 제3주제가 등장하여 그레트헨의 선율과 어우러지며 감미로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뜨거운 열정으로 번져가는 낭만적인 장면을 연출합니다. 제3부는 파우스트에게 버림받은 그레트헨의 가련한 운명을 암시하며, 이 감미롭고 애틋한 악장의 마무리는 제1악장의 '주제 2a'가 장식합니다. 그레트헨 악장에서 나타나는 순수하고 투명한 서정은 앞선 파우스트 악장의 긴장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끊임없이 변모하는 선율과 불안정한 조성 속에서 안식처 같은 역할을 합니다.

주제 변형

제3악장 '메피스토펠레스'는 '부정하는 정령'인 악마를 그린 악장으로, 성격상 스케르초 악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제1악장에 나왔던 주제들을 기묘하고 익살맞게 변형시킨 것들입니다. 즉, 여기에 그려진 메피스토펠레스의 모습은 곧 그의 술수에 휘말려 타락해버린 파우스트의 모습에 다름 아닙니다. 악마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기보다는 인간을 조종하고 조롱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며, 이 악장은 그런 악마의 음흉한 표정과 신랄한 풍자, 난잡한 춤사위로 가득합니다.
리스트는 이 악마적인 곡을 쓰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반음계를 사용하여 음악을 무조성 직전까지 밀어붙였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에서는 왜곡과 조롱이 기존 주제를 뒤틀어 웃음처럼 튀어나오며, 전통적인 주제 발전 대신 성격 자체가 음악으로 변형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합니다. 메피스토펠레스 역시 리스트의 또 다른 자화상으로, 그의 '악마적인' 피아노곡들이나 '사제복을 입은 메피스토'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악장은 전곡 가운데 가장 주목받아왔습니다.
이 악장은 원래 앞선 악장의 그레트헨 주제가 다시 나타나 메피스토펠레스를 물리치고 합창 없이 10마디의 코다로 끝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는 나중에 계획을 변경하여 합창과 테너 독창이 노래하는 경건한 엔딩을 덧붙였는데, 그 가사는 괴테의 「파우스트」 대단원을 장식하는 '신비의 합창' 대목에서 가져왔습니다. 그 마지막 구절에서 앞서 언급한 '주제 2b'가 반복해서 새겨지는 부분은 '끊임없이 열망하고 노력하는 자는 구원받을 수 있다'는 「파우스트」의 메시지를 상기시켜줍니다.
피날레에 합창이 등장하는 점은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상시키지만, 내용적으로는 다른 이상을 추구합니다. 마지막 합창은 구원의 선언이라기보다, 혼란을 통과한 이후에야 비로소 도달하는 이상에 대한 암시처럼 들립니다. 이는 괴테가 제시하고 베토벤에서 말러에 이르는 낭만파 작곡가들이 끝없이 음미하고 갈망했던 화두이기도 했습니다. 리스트의 표제음악적 상상력은 교향곡 형식의 한계를 과감히 확장했으며, 이야기의 재현보다 인물의 내면을 해부하는 데 초점을 둔 이 작품은 19세기 예술가들의 파우스트적 탐구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기념비적 성취입니다.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은 사반세기에 걸친 고민 끝에 탄생한 음악사의 이정표입니다. 파우스트의 끝없는 갈망, 그레트헨의 순수한 사랑, 메피스토펠레스의 왜곡된 조롱이라는 세 인물의 초상은 단순한 서사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 갈등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했으며, 주제 변형과 무조성에 가까운 실험을 통해 미래 음악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m.blog.naver.com/cinclare/22008624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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