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은 독창적인 음악 언어를 통해 신앙과 자연, 시간의 개념을 음악으로 구현한 인물입니다. 그의 작품에는 조옮김이 제한된 선법, 인도 리듬의 활용, 새소리의 음악적 변환 등 독특한 작곡 기법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특히 오르간 작품 『그리스도의 탄생』은 이러한 기법들이 종교적 명상과 결합된 대표작입니다.
조옮김 제한 선법
메시앙이 창안한 조옮김이 제한된 선법은 그의 음악어법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이 선법들은 제한된 횟수만큼만 전조가 가능하며, 그 이상 전조하면 원래 음형으로 회귀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메시앙은 총 7개의 선법을 체계화했는데, 선법 1은 온음음계로 구성되며, 선법 2는 반음-온음의 교대 패턴을 보입니다. 선법 3은 온음-반음-반음의 구조를 가지며, 각 선법은 고유한 음향적 색채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선법 체계의 배경에는 스위스 화가 샤를르 블랑가티와의 만남이 있습니다. 색청을 앓던 블랑가티는 특정 음을 들으면 해당하는 색채를 보았고, 메시앙은 이를 통해 음과 색의 상관관계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일정한 음의 복합체가 동일한 음정으로 유지될 때 항상 같은 색채군을 생성한다는 원리를 음악에 적용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음향 실험이 아니라, 음악을 시각적 경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메시앙의 화성 기법 역시 독창적입니다. 그는 완전화음의 근음에 증4도, 6도, 7도, 9도를 부가한 부가음을 즐겨 사용했으며, 낮은 C음을 눌렀을 때 생성되는 배음렬 전체를 화음으로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딸림화음에 4도 화성을 첨가하거나, 증4도와 완전4도를 교대로 쌓은 화음을 사용함으로써 전통적 조성감을 해체했습니다. 이러한 화성 언어는 음악이 앞으로 진행하기보다 하나의 상태로 정지하는 듯한 감각을 만들어냅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공간에서 영원을 응시하는 것 같은 이 독특한 음향 세계는, 메시앙이 추구한 종교적 명상의 본질과 맞닿아 있습니다.
비역행 리듬
메시앙은 스스로를 '리듬에 능통한 작곡가'라 칭할 만큼 리듬에 깊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고대 그리스 리듬, 중세 인도 리듬, 서양 리듬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13세기 인도 이론가 샤른가드바가 정리한 120개의 데시-탈라스 리듬 중 93번 라가발다나에 주목했습니다. 이 리듬 연구를 통해 그는 첨가가치 리듬, 확대 및 축소 리듬, 비역행 리듬이라는 독창적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비역행 리듬은 메시앙 리듬 기법의 정점입니다. 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든 완전히 대칭을 이루는 리듬 구조를 의미합니다. 중앙에 공통되는 음가를 두고 좌우가 대등하게 배치되는 이 기법은, 시간의 가역성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음악이 과거에서 미래로 흐르는 시간의 화살을 따른다면, 비역행 리듬은 시간이 앞뒤 구분 없이 존재하는 영원의 차원을 암시합니다.
첨가가치 리듬은 기본 리듬에 음표, 쉼표, 부점을 첨가하여 규칙적 박자를 교란하는 기법입니다. 메시앙은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박자의 흐름을 깨뜨리고, 청자를 시간적 불확실성 속에 놓았습니다. 확대 및 축소 리듬은 원형 리듬에 동일한 음가를 더하거나 빼서 리듬을 변형시키는 방식입니다. 어떤 음은 1/2 확대 또는 축소되고, 어떤 음은 1/4 확대 또는 축소되면서 유기적인 리듬 변화가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리듬 기법들은 단순한 기술적 실험이 아닙니다. 메시앙의 리듬은 인간의 생물학적 시간감각을 넘어서려는 시도이며, 음악을 통해 영원과 초월의 경험을 제공하려는 영적 추구입니다. 규칙적 박자가 사라진 그의 음악에서, 청자는 일상적 시간 흐름에서 벗어나 명상적 시간 속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이는 메시앙이 추구한 음악의 본질, 즉 소리를 통해 시간을 정지시키고 영원을 체험하게 하는 예술적 시도의 핵심입니다.
그리스도의 탄생
1935년에 작곡된 오르간 작품 『그리스도의 탄생』은 메시앙의 신앙과 음악 기법이 완벽하게 융합된 걸작입니다. 9개의 명상 모음곡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각각 독립적인 부제를 가지며, 성탄의 순간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신학적 의미를 음악으로 형상화합니다. 제1곡 '성모와 아기'는 동정녀 마리아의 잉태와 출산의 기쁨을, 제2곡 '목자들'은 구유의 아기를 경배하는 목자들의 찬양을, 제3곡 '영원한 섭리'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표현합니다.
메시앙은 각 곡마다 성경 구절을 기반으로 삼았으며, 신학적·악기적·음악적 관점을 통합했습니다. 제4곡 '말씀'에서는 하행하는 페달 선율을 통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이 땅에 내려오는 성육신의 신비를 표현했습니다. 제6곡 '천사들'은 전곡을 손건반만으로 연주하도록 작곡하여, 하늘을 나는 천사들의 경쾌함을 구현했습니다. 제7곡 '예수 고난 받으시니'에서는 예수의 고통과 하나님의 슬픔, 인간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복합적 감정을 음악적으로 담아냈습니다.
이 작품의 음악적 구조는 메시앙의 모든 기법이 총동원된 실험실입니다. 조옮김이 제한된 선법, 데시-탈라스의 인도 리듬, 첨가가치 리듬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박자 기호조차 악보에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의 흐름 자체를 해체했습니다. 페달음, 장식음, 전타음의 확대 사용은 음향적 풍요로움을 더하며, 다양한 오르간 스탑의 조합은 메시앙이 추구한 색채적 음향 세계를 완성합니다.
제9곡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에서 다시 한번 등장하는 하행 페달 선율은 위대한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심을 상징합니다. 이 하강의 음악적 제스처는 단순한 음높이의 변화가 아니라, 초월에서 내재로, 영원에서 시간으로, 신성에서 인간성으로의 존재론적 이행을 표현합니다. 메시앙의 음악은 이렇게 형이상학적 개념을 구체적 음향으로 변환시키는 능력을 보여줍니다.
결론
메시앙의 음악은 소리를 통해 시간과 영원, 물질과 정신, 인간과 신성의 경계를 탐구합니다. 조옮김이 제한된 선법과 비역행 리듬은 진행이 아닌 정지, 변화가 아닌 존재의 음악을 만들어내며, 청자를 명상적 공간으로 인도합니다. 그의 작품은 이해의 대상이라기보다 시간과 존재를 직접 체험하게 하는 음향적 성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