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576은 1778-1789년 빈(Wine)시기에 쓰인 작품이다. 이 곡은 그의 19개 의 피아노 소나타 중 마지막에 작곡된 곡이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연습하다보면 다른 낭만, 현대곡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화성과 정돈된 박자 때문에 “악보대로 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다. 음도 많지 않고, 겉으로 보기엔 단정하고 깔끔하니까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런데 K.576 제1악장을 제대로 손에 얹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곡은 악보에 적혀 있는 것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걸 얼마나 읽어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음악이 된다. 이러한 고전 소나타를 연주할 때 중요한 것은 아티큘레이션, 꾸밈음, 그리고 페달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 3가지 포인트를 중심으로 연습 방법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티큘레이션
피아노 소나타 K.576 제1악장은 D장조, 6/8박자의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이다. 구조 자체는 굉장히 명확하다. 그런데 막상 쳐보면, 이 곡에서 제일 먼저 막히는 건 테크닉이 아니라 아티큘레이션이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손에 익히는 데 집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왜 이렇게 재미가 없지?”라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음은 다 맞는데, 음악이 안 살아있는 느낌. 그 이유가 결국 아티큘레이션이었다.
제1주제 첫 네 마디만 봐도 동기 a랑 b의 성격이 완전히 다른데, 이걸 똑같은 터치로 치면 그냥 평평한 곡이 되어버린다. 도약으로 올라가는 부분은 살짝 튀어줘야 하고, 순차적으로 흐르는 부분은 자연스럽게 이어줘야 하는데, 이걸 의식하지 않으면 발랄한 느낌이 거의 사라진다.
특히 짧은 슬러가 진짜 어려웠다.
처음에는 그냥 부드럽게 이어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치니까 오히려 흐릿해졌다.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느낀 건, 첫 음은 살짝 눌러주고(거의 테누토 느낌으로), 끝음에서 힘을 빼면서 자연스럽게 떨어뜨려주는 게 제일 모차르트답게 들린다는 거였다. 너무 끊으면 거칠어지고, 너무 풀면 그냥 힘없이 사라진다. 이 미묘한 중간을 찾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스타카토에서 레가토로 넘어가는 부분.
이게 연습할 때는 별거 아닌 것 같다가, 막상 템포 올리면 자꾸 어색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예 전환되는 지점을 따로 표시해놓고, 그 구간만 반복해서 연습했다. 이게 정리되니까 곡 전체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발전부 쪽으로 가면 또 다른 문제가 나온다.
여기는 거의 대위법적으로 얽혀 있어서, 한 손이 조금만 튀어도 다른 선율이 묻혀버린다. 특히 70마디 이후 구간은 처음 합쳤을 때 진짜 엉망이었다. 그래서 결국 왼손, 오른손을 따로 떼서 각각 “노래처럼” 연습하고 다시 합쳤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그나마 구조가 들리기 시작했다.
꾸밈음
사실 꾸밈음은 그냥 빠르게 처리하면 되는 장식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곡에서는 그게 아니었다. 트릴 하나만 해도 그렇다.
그냥 빠르게 떠는 게 아니라, 시작과 끝이 다 중요하다. 특히 끝에서 살짝 감아주는 느낌(돈꾸밈음)을 넣어주느냐 아니냐에 따라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이걸 넣으니까 훨씬 자연스럽고, 뭔가 “모차르트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지법도 꽤 많이 바꿔봤다.
처음엔 2-3번으로만 밀고 갔는데, 빠른 부분에서는 오히려 3-4번이 더 안정적일 때도 있었다. 결국 손에 맞는 걸 찾는 게 답이긴 한데, 트릴은 생각보다 “어떤 손가락을 쓰느냐”가 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페달링
페달링은 연습하면 할 수록 나의 평소 습관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평소처럼 페달을 조금만 길게 써도, 바로 소리가 탁해진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답답하게 들리지 싶었는데, 페달을 거의 안 쓰다시피 하니까 오히려 훨씬 또렷해졌다.
내 기준에서는 “페달을 어떻게 쓸까”보다 “어디서 절대 안 쓸까”를 먼저 정하는 게 더 도움이 됐다. 특히 쉼표 있는 곳. 여기에 페달이 남아 있으면 쉼표 의미가 완전히 사라진다. 이건 직접 녹음해서 듣고 나서야 확실히 체감했다.
물론 예외도 있다. 93~96마디처럼 특정 음을 계속 울리면서 긴장감을 만드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페달을 이용해서 음을 살려주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이런 부분은 그냥 악보만 보는 것보다, 직접 여러 방식으로 쳐보면서 찾는 게 맞는 것 같다.
결국 이 곡은
아티큘레이션, 꾸밈음, 페달링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맞아 떨어져야 제대로 들린다.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티가 난다.
특히 아티큘레이션이 무너지면, 아무리 정확하게 쳐도 모차르트처럼 안 들린다. 오늘 정리한 이 세 가지 포인트면 기억하면 다른 모차르트 곡이나, 기악 소타를 반주할때도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된다.
나도 아직 완전히 정리됐다고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이 곡은 “악보를 읽는 것”보다 “악보 사이를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건 확실히 느꼈다. 그래서 지금도 연습할 때는 음 맞추는 것보다, 이 세 가지를 계속 체크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