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리스티안 바흐(Johann Christian Bach)의 건반 소나타 Op. 5는 1768년 런던에서 출판된 작품으로,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 갈랑 양식과 초기 피아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곡을 연습하다보면 장식음 기호들이 빼곡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같은 작음 음표지만 어떤 건 길게, 어떤 건 짧게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 부분들에 대해 정확하게 규정짓기 어려웠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이 작품들을 연주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함께, 18세기 중반 장식음을 어떻게 해석하고 연주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갈랑 양식과 18세기 중반 장식음의 특징
일반적으로 바로크 음악의 장식음은 프랑스 클라브생 악파의 영향을 받아 느리고 여유 있게 연주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마르푸르크(Friedrich Wilhelm Marpurg)나 J. S. 바흐의 장식음 연주법을 보면 트릴을 끝까지 하지 않고 중간에 멈춰 주음에서 기다리는 형태가 많고, 하프 트릴(Half Trill)도 셋잇단음표 리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J. C. 바흐의 소나타를 실제로 연주해보니, 18세기 중반의 이탈리아 갈랑 양식에서는 이러한 규칙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갈랑(Galant)이라는 용어는 원래 프랑스어에서 유래했으며, '경쾌하고 우아한', '세련된'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갈랑 양식이란 18세기 중반 유럽 귀족 사회에서 유행한 음악 스타일로, 복잡한 대위법보다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선율, 명확한 화성 진행, 그리고 감정 표현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닙니다(출처: 한국음악학회). 쉽게 말해, 바로크 시대의 엄격하고 학구적인 음악에서 벗어나 듣는 사람이 즐겁고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한 것입니다.

이러한 갈랑 양식의 영향으로 J. C. 바흐의 소나타에서는 장식음이 단순히 선율을 꾸미는 역할을 넘어 감정 표현의 핵심 수단이 됩니다. 특히 긴 앞장식음(Appoggiatura)은 불협화음을 만들어 곡에 긴장감을 주고, 짧은 앞장식음은 리듬을 강조하며 경쾌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제가 소나타 Op. 5 No. 1의 2악장을 연습할 때, 미뉴에트 리듬의 첫 박에 트릴을 넣어 춤곡 특유의 강조점을 살리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음을 장식하는 게 아니라 음악의 성격 자체를 결정하는 요소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또한 당시 사용되던 초기 피아노는 크리스토포리(Bartolomeo Cristofori)가 1709년 발명한 이후 1770년까지도 음량이 작고 음이 고르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프시코드(Harpsichord)와 소리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작곡가들은 강조하고 싶은 음에 장식음을 표시하거나 트릴로 음을 지속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악기적 한계를 이해하고 나니, 왜 같은 선율이 반복될 때마다 다른 장식음이 붙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현대 피아노로 연주할 때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이내믹과 아티큘레이션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당시 음악의 느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앞장식음과 트릴의 실전 해석법
가장 혼란스러웠던 부분은 악보에 똑같이 작은 음표로 표기된 앞장식음을 언제 길게, 언제 짧게 연주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긴 앞장식음은 주음의 1/2, 부점 음표의 경우 2/3 음가를 취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악보를 보면 작곡가가 명확히 구분해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연주자가 음악적 맥락을 읽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죠.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C. Ph. E. Bach)의 연주법 논문에 따르면, 짧은 앞장식음은 주로 경쾌한 악곡에 사용되며 주음에서 음가를 거의 빼앗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연주합니다. 반면 긴 앞장식음은 서정적이고 우아한 분위기를 만들어 정서 표현을 돕습니다. 저는 이 원칙을 바탕으로 소나타 Op. 5 No. 2의 1악장을 연습했는데, 처음 4마디의 16분 음표 앞장식음은 악곡의 발랄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짧게 처리했고, 반대로 22마디의 점음표 앞에 붙은 장식음은 주음의 2/3 길이로 연주한 후 하프 트릴로 마무리했습니다.

트릴(Trill)의 경우 18세기 전반에는 윗보조음에서 시작하여 중간에 멈추고 주음에서 기다리는 형태가 많았지만, J. C. 바흐 시대에는 '멈춤 없이 끝까지' 고르게 연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특히 하프 트릴은 18세기 전반에는 셋잇단음표로 느리게 진행되었지만, 갈랑 양식에서는 빠르게 4개의 음으로 구성되며 경우에 따라 3개로 줄이기도 합니다. 제가 실제로 연주하면서 느낀 점은, 빠른 템포의 악장에서는 3개 음으로 된 하프 트릴이 훨씬 자연스럽게 들린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나타 Op. 5 No. 1의 1악장 3마디는 Allegro 템포에서 순차 하행하는 선율이므로, 4개 음을 억지로 넣기보다 3개 음으로 가볍게 처리하는 게 음악적으로 더 설득력 있었습니다.
트릴의 뒷장식음(Nachschlag) 사용도 중요한 판단 포인트입니다. 일반적으로 상행 진행이나 프레이즈를 마무리할 때는 뒷장식음을 붙이지만, 하행 진행이나 프레이즈 중간에서는 생략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 규칙을 몰라서 모든 트릴에 뒷장식음을 붙였다가, 선율이 끊기고 어색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논문을 참고하여 선율의 방향성과 프레이즈 위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니, 훨씬 자연스러운 연주가 가능했습니다(출처: 한국음악학회).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긴 앞장식음: 주음의 1/2 또는 2/3 음가, 서정적 분위기에 사용
- 짧은 앞장식음: 주음 음가를 거의 빼앗지 않음, 경쾌한 분위기나 리듬 강조
- 트릴: 윗보조음에서 시작, 끝까지 고르게 연주
- 하프 트릴: 빠른 템포에서는 3개 음, 보통 템포에서는 4개 음
- 뒷장식음: 상행 진행이나 프레이즈 마무리에만 사용
슬라이드, 모르던트, 돈장식음의 실제 적용
사실 학부시절 이 곡을 연습할 당시 앞장식음과 트릴에만 집중하다가 슬라이드(Slide), 모르던트(Mordent), 돈장식음(Turn) 같은 장식음들을 대충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곡을 완성도 있게 연주하려면 이 작은 장식음들이 주는 뉘앙스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슬라이드는 2~3개의 작은 음표로 구성되어 주음을 향해 순차적으로 상행 또는 하행하는 장식음입니다. 18세기 중반에는 정박에서 빠르게 연주하는 것이 원칙이며, 동음 반복이나 도약 진행에서 선율의 변화를 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제가 소나타 Op. 5 No. 2의 1악장 첫 부분을 연습할 때, D음이 네 번 반복되는데 네 번째 반복 전에 슬라이드가 붙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천천히 연주했다가 곡의 발랄한 느낌이 죽는 걸 느꼈고, 정박에 재빠르게 넣으니 리듬에 생동감이 생겼습니다. 곡의 템포와 성격에 따라 슬라이드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르던트는 주음에서 아래로 단2도 또는 장2도로 빠르게 한 번만 움직이는 장식음으로, 마치 악센트처럼 특정 음을 강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어원이 이탈리아어 '모르데레(mordere)', 즉 '깨물다'에서 왔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쉽게 말해, 음을 톡 쏘듯 강조하는 효과를 주는 것이죠. 18세기 전반에는 모르던트가 앞장식음과 결합된 형태도 있었지만, J. C. 바흐의 소나타에서는 간결하게 모르던트만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빠른 템포의 악장에서 모르던트를 정확하게 넣으면 리듬감이 훨씬 살아납니다.
돈장식음은 주음을 중심으로 위아래 보조음을 거쳐 다시 주음으로 돌아오는 장식음입니다. 기호는 주음 위에 ∽ 또는 작은 음표로 표기되며, 시작음에 따라 윗보조음부터 시작하는 경우와 아래보조음부터 시작하는 경우로 나뉩니다. 18세기 전반에는 돈장식음이 균등한 리듬으로 진행되었지만, 갈랑 양식에서는 곡의 템포에 따라 리듬이 달라집니다. 빠른 템포에서는 32분 음표 리듬으로 발랄하게, 느린 템포에서는 16분 음표 리듬으로 서정적으로 연주합니다. 저는 소나타 Op. 5 No. 2의 1악장 44마디에서 돈장식음을 처음에는 천천히 연주했다가, 왼손 베이스 리듬에 맞춰 빠르게 32분 음표로 진행하니 Allegro의 경쾌한 느낌이 살아나는 걸 경험했습니다.
이 외에도 스냅(Snap)이라는 장식음이 있는데, 이것은 주음 위에서 2도 간격으로 빠르게 세 개의 음을 연주하는 형태입니다. 하프 트릴과 음형이 비슷하지만, 스냅은 주로 순차 진행에서 강박의 강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제가 실제로 연주하면서 느낀 점은, 18세기 중반 갈랑 양식의 장식음들은 단순히 '꾸밈'이 아니라 리듬, 강세, 감정의 변화를 만드는 핵심 요소라는 것입니다. 악보에 표기된 장식음 하나하나가 작곡가의 의도를 담고 있으므로, 시대적 맥락과 음악적 흐름을 이해하고 연주해야 비로소 작품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제가 J. C. 바흐의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18세기 중반 장식음은 정해진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연주자가 음악의 흐름과 감정을 읽고 능동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앞장식음이라도 곡의 템포, 분위기, 프레이즈 위치에 따라 길이와 뉘앙스가 달라지고, 트릴 역시 선율의 방향성에 따라 뒷장식음을 붙일지 말지 판단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18세기 중반 이론서들과 실제 악보를 비교하며 연습하다 보니 점차 작곡가의 의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바로크 후기나 전고전 시대 작품을 연주하실 분들은, 단순히 음표를 읽는 것을 넘어 당시의 음악적 관습과 악기의 특성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시길 권합니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음악이 살아나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 한국음악학회 (http://www.musicology.or.kr)
- Daniel Heartz, Music in European Capitals: The Galant Style, 1720–1780
- C. Ph. E. Bach, Essay on the True Art of Playing Keyboard Instruments
- Frederick Neumann, Ornamentation in Baroque and Post-Baroque Music
참고: - 한국음악학회 (http://www.musicology.or.kr)
- Daniel Heartz, Music in European Capitals: The Galant Style, 1720–1780
- C. Ph. E. Bach, Essay on the True Art of Playing Keyboard Instruments
- Frederick Neumann, Ornamentation in Baroque and Post-Baroque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