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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브리튼 - Missa Brevis Op.63 (12음 기법, 소년 합창, 실라빅 방식)

by 진헤 2026. 3. 7.

유럽 자연

 

솔직히 저는 벤자민 브리튼의 「Missa Brevis in D Op.63」을 처음 들었을 때 이 곡이 1959년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소년 합창의 맑은 음색 위로 흐르는 12음 기법과 불협화음, 그리고 변박이 뒤섞인 이 곡은 전통적인 미사곡의 틀 안에서도 20세기 현대음악의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소년 성가대를 위해 작곡된 만큼, 일반적인 어린이 합창곡과는 확연히 다른 음향적 긴장감이 곡 전체를 관통합니다. 이 글에서는 브리튼이 어떻게 조성과 무조성, 전통과 현대를 한 작품 안에 녹여냈는지, 그리고 실제 연주 시 어떤 점들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2음 기법

「Missa Brevis in D」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제3악장 Sanctus에서 등장하는 12음 오스티나토(ostinato)입니다. 여기서 오스티나토란 특정 음형이나 리듬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기법을 말합니다. 브리튼은 오르간 베이스 성부에 12개의 반음을 모두 사용한 음렬을 배치하고, 이를 4도와 5도 음정 중심으로 수직적으로 쌓아 올렸습니다. 12음 기법(twelve-tone technique)이란 쇤베르크가 창시한 작곡 기법으로, 한 옥타브 내 12개의 반음을 모두 동등하게 취급하여 특정 조성감을 회피하는 방식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12음 오스티나토가 무조성(atonality)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시에 D장조의 도미넌트 지속음을 베이스에 유지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악보를 분석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합창 성부는 D 리디안, F장조, F♯장조 등 서로 다른 조성과 선법을 오가며 노래하는데, 반주부는 12음을 수평적·수직적으로 배치하면서도 D음을 중심축으로 고정시킵니다. 이는 브리튼이 현대적 음향을 추구하면서도 청중의 귀에 완전히 낯선 소리를 주지 않으려 했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실제로 이 부분을 연주할 때는 각 파트가 12음 선율의 도약 음정을 정확히 인지하고 음정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특히 트레블 I, II, III이 각각 한 마디씩 어긋나며 12음을 나눠 부르기 때문에, 지휘자는 각 파트가 마치 종이 울리는 듯한 에코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사운드를 유도해야 합니다(출처: 한국음악학회).

소년 합창

브리튼이 이 곡을 헌정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소년 성가대는 당시 전통적인 성당 합창단과는 다른 음색으로 유명했습니다. 일반적인 소년 합창이 맑고 부드러운 톤을 추구했다면, 웨스트민스터 톤(Westminster Cathedral Tone)은 날카롭고 볼륨감 있으며 목관악기처럼 예리한 음색을 특징으로 합니다. 브리튼은 1949년 「Spring Symphony」를 작곡하면서부터 소년의 목소리를 단순히 '순수한 음색'이 아니라 '악기적 음색'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이 곡을 지휘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일반 어린이 합창단이 이 곡을 소화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단순히 음정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브리튼이 요구하는 음향 자체가 '훈련된 예리함'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2악장 Gloria의 7/8박자 부분에서는 3+2+2 또는 2+3+2의 박자 분할이 가사의 악센트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데, 이를 f(포르테)에서 ppp(피아니시시모)까지 넓은 다이나믹 범위 안에서 소화하려면 단원들의 호흡 지지력이 탄탄해야 합니다.

특히 제4악장 Agnus Dei에서는 5/4박자(2+3 분할)가 계속되는 가운데, 합창 성부가 pp로 유니즌 선율을 순차 하행한 뒤 갑자기 수직 화성으로 전환되며 단2도 불협화음을 만들어냅니다. 이 부분을 연주할 때는 단원들이 미리 화성감을 숙지하고, ppp와 스타카토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단2도 불협화음의 색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브리튼은 오르간 레지스트레이션(registration)에서도 목관계 음색(soft reed)을 명시해두었습니다. 여기서 레지스트레이션이란 오르간 연주 시 음색과 음량을 결정하기 위해 스톱(stop)을 선택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선법과 조성

브리튼은 「Missa Brevis in D」 전체에 걸쳐 조성, 선법, 무조성 기법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예를 들어 제1악장 Kyrie의 A부분에서는 합창 성부가 D 리디안, A 리디안, E 리디안 선법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며, 이 선법들은 모두 완전4도 관계로 배치됩니다. 리디안 선법(Lydian mode)이란 장음계의 4번째 음을 반음 올린 선법으로, 밝고 몽환적인 색채를 띱니다.

제가 악보를 분석하면서 흥미롭게 발견한 점은, 브리튼이 선율의 모방 구조와 선법의 선택까지 모두 4도 관계로 통일했다는 것입니다. Kyrie의 A부분에서는 트레블 I→II→III 순서로 완전4도 아래로 모방되며 하행하고, B부분에서는 반대로 III→II→I 순서로 완전4도 위로 모방되며 상행합니다. 동시에 사용되는 선법도 D 리디안 → A 리디안 → E 리디안으로 4도씩 이동합니다. 이러한 구조적 통일성은 곡 전체에 유기적 결속력을 부여합니다.

또한 화성 구조에서도 대조가 명확합니다. A부분에서는 장3화음이 주를 이루며 밝은 음향을 만들지만, B부분('Christe eleison')에서는 단3화음 중심으로 전환되며 어두운 색채를 띱니다. 이는 가사의 의미를 음향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간절한 기도를 단조의 색채로 표현한 것입니다. 브리튼은 또한 온음음계(whole-tone scale)를 부분적으로 삽입하여 조성감을 흐리는 동시에, 인상주의 음악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온음음계란 온음(전음) 간격으로만 구성된 음계로, 완전4도나 완전5도가 없어 조성감이 약하고 부유하는 느낌을 줍니다.

실제 연주 시에는 이러한 조성 변화와 선법 전환을 단원들이 귀로 인지할 수 있도록, 각 섹션의 조성과 화성 구조를 사전에 충분히 훈련해야 합니다. 특히 Gloria의 A′부분(마디 72-86)에서는 A부분과 동일한 화성 진행이 재현되므로, 단원들이 처음 제시된 음향을 기억하고 있으면 재현부를 더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

실라빅 방식

브리튼은 라틴어 가사의 의미를 선율 구조로 직접 표현하는 '가사 그리기 기법(word painting)'을 적극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Kyrie의 B부분에서 'Christe eleison'(그리스도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은 장2도-단3도의 상행 구조로 작곡되어, 음역적으로 점차 고조되며 간절함을 표현합니다. 반대로 Agnus Dei에서 'peccata mundi'(세상의 죄)는 순차 하행 선율로 노래되며, 죄의 무거움을 음향적으로 구현합니다.

또한 Sanctus의 B′부분에서 'Hosanna in excelsis'(호산나 높은 곳에)는 순차 상행 선율로 작곡되어, '높은 곳'이라는 가사의 의미를 음역적 상승으로 직접 표현합니다. 이처럼 브리튼은 가사의 뜻을 단순히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선율의 방향과 음정 구조 자체로 의미를 시각화합니다.

가사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브리튼은 실라빅 양식(syllabic style)을 일관되게 사용합니다. 실라빅 양식이란 한 음절의 가사에 하나의 음표를 대응시키는 방식으로, 멜리스마(한 음절을 여러 음에 걸쳐 노래하는 방식)와 대비됩니다. 이를 통해 라틴어 가사의 각 단어가 또렷하게 전달되며, 청중은 미사 전례문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연습 과정에서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이 바로 딕션(diction)입니다. 라틴어의 자음과 모음을 정확히 발음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유성자음 'm', 'n'으로 끝나는 단어에서 컷오프(cut-off) 지점을 명확히 해야 다음 프레이즈가 깔끔하게 시작됩니다. 예를 들어 'Kyrie eleison'의 'eleison' 마지막 'n' 발음을 단원 전체가 동시에 끊어야, 이어지는 'Christe' 시작이 정확해집니다. 이를 위해 지휘자는 업비트(up-beat) 시점에서 단원들이 자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명확한 큐(cue)를 주어야 합니다.


브리튼의 「Missa Brevis in D」는 전통적인 미사 형식 안에서 20세기 현대음악의 언어를 자유롭게 실험한 작품입니다. 12음 기법, 오스티나토, 선법의 혼용, 가사 그리기 기법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웨스트민스터 톤의 예리한 소년 합창 음색을 전제로 작곡되었기에 일반 합창단이 연주하기에는 상당한 난이도를 지닙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된 연주는 청중에게 경건함과 현대적 긴장감이 공존하는 독특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만약 이 곡을 연주할 계획이 있다면, 음정 훈련과 호흡 지지력, 그리고 라틴어 딕션을 충분히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참고: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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