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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1악장, 2악장, 3악장, 연주 해석)

by 진헤 2026. 3. 13.

저는 음대 재학 시절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Op.147을 처음 접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3악장 연주 중 객석 절반이 졸고 있었고, 교수님께서는 "이 곡은 지루함 그 자체가 메시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1975년 작곡된 이 작품은 작곡가의 유작이자 현악 소나타 3부작의 완성이며, 폐병으로 죽음을 앞둔 그의 마지막 독백이 담긴 곡입니다.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구성

1악장

1악장은 Moderato 4/4박자의 소나타 형식으로, 제시부 119마디, 발전부 35마디, 재현부 30마디, 코다 72마디로 구성됩니다. 제가 악보를 처음 펼쳤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첫 마디부터 등장하는 비올라 피치카토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연주할 때 비브라토를 최대한 절제하고 무미건조하게 연주해야 비올라 본연의 어두운 음색이 살아납니다.

5마디부터 피아노가 등장하면서 12음 기법의 흔적이 보입니다. 44마디부터 피아노 왼손에서 4도 음정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발전부까지 이어지는데, 저는 실제로 이 부분을 연주할 때 활의 양을 절제하면서 음정 관계를 명확히 들리게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2주제부(71-96마디)는 3/4박자로 전환되며 셋잇단음표가 특징적으로 등장합니다. 92-95마디 비올라 선율은 감3화음 토대 위에 장2도가 장식적으로 첨가되어 있으며, 피아노 왼손은 순차 상행하며 음악적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에서 셋잇단음을 한 활로 연주하되 점4분음표처럼 들리지 않게 주의해야 베토벤 운명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2악장

2악장은 Allegretto 2/4박자의 3부 형식으로, 1악장과 대조적으로 경쾌한 분위기입니다. 제가 처음 이 악장을 연주했을 때 앞뒤 악장과의 온도차가 너무 커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쇼스타코비치가 죽기 직전 젊은 시절을 회상하듯 작곡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피아노 전주 2마디에 이어 비올라가 완전4도 도약으로 주제를 제시하는데, 이는 1악장 주제 요소(C-Db-C)와 연결됩니다.

6마디에서 등장하는 스케일 패시지는 장2도와 단2도가 연속 배치되어 있으며, 8마디부터 당김음 리듬이 스케르초 풍의 느낌을 만듭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활의 양을 아껴 쓰면서 음정 하나하나가 명확히 들리게 연주해야 하며, 경쾌하다고 자칫 흥분할 수도 있는데, 이때 절대 빨라지면 안 됩니다. 또한 19-20마디에서 5/8로 변박되는데, 이 변화를 박자의 변화로 분명히 느끼도록 피아노와 정확히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38마디부터 새로운 b부분이 시작되며 개방현을 이용한 완전5도 중음이 당김음으로 진행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당김음이 주를 이루는 만큼 정확한 정박에 맞춰 밝은 느낌으로 연주하되, 활의 양을 늘리다 박자가 쳐지지 않도록 미리 활의 양을 정해두고 연습했습니다.

169마디 비올라 스케일은 정말 명확하고 깔끔하게 연주하려면 활을 아껴 쓰고 최대한 천천히 그어야 합니다.

3악장

3악장은 Adagio 4/4박자의 론도 소나타 형식으로, 제가 연주했을 때 가장 많은 청중이 눈을 감았던 악장입니다. 하지만 죽기 직전 쇼스타코비치의 상황을 이해하면 이 지루함 자체가 메시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 13마디부터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는데, 베토벤 월광 소나타 1악장 음형이 그대로 인용됩니다. 피아노 하성부 옥타브, 오른손 분산화음, 붓점 선율 등이 월광 소나타와 동일한 구조로 나타나며, 이는 우연이 아닌 쇼스타코비치가 의도적으로 베토벤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긴 호흡 후 차분하게, 크지 않게 연주해야 하며 절대 빨라지면 안 됩니다. 비올라 독백과 월광 소나타 음형이 번갈아 나타나는데, 비브라토는 팔 전체를 이용한 암 비브라토로 넉넉하고 폭넓은 여유를 들려줘야 합니다. 마지막 부분(189-194마디)은 중심음 C로 회기해 종지하며, 최종적으로 C 으뜸화음을 형성합니다. 저는 이를 통해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조성적 흔적이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주 해석

제가 이 곡을 여러 번 연주하면서 깨달은 건,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는 단순히 음표를 정확히 연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1악장 피치카토를 연주할 때 비브라토도 크레센도도 없이 일정한 소리로 정확한 박자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무언가에 갇혀 있는 듯 외롭고 무미건조한 느낌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악장 셋잇단음이 베토벤 운명 소나타를 연상시키는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평생 사회주의와 한 몸이 되어 살아온 바꿀 수 없는 운명에 대한 외침과 고뇌가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3악장은 특히 어렵습니다. 저는 이 악장을 연주할 때 단 한 사람이라도 눈물 한 방울 흐르게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현실은 절반이 졸았습니다. 하지만 쇼스타코비치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며 독백하는 심정으로 쓴 곡이라는 걸 알고 들으면 지루함이 아닌 숙연함으로 다가옵니다.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Op.147은 단순히 음악적 완성도뿐 아니라 20세기를 살아간 예술가의 고뇌와 체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은 예술혼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2악장을 제외하고 지루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작곡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면 그 지루함 자체가 메시지라는 걸 알게 됩니다. 비올라 레퍼토리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이처럼 깊이 있는 작품을 유작으로 남긴 쇼스타코비치에게 모든 비올라 연주자는 깊은 애정과 감사를 느낍니다. 연주자라면 악보에 적힌 음표 너머 작곡가가 전하려 한 메시지를 찾아내고, 청중이 그 메시지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해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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