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음악의 세계에서 실내악은 가장 순수하고 친밀한 형태의 음악 소통입니다. 챔버뮤직(Chamber Music)이라 불리는 이 장르는 옛날 궁정이나 귀족 저택의 작은 방, 즉 '챔버'에서 연주되던 음악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독주부터 약 여덟 명까지의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이 장르는 악기들 간의 대화이자 연주자들의 깊은 교감을 보여주는 무대입니다.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의 밸런스와 호흡이며, 각 악기가 자신의 역할을 살리면서도 다른 파트를 위해 양보하는 예술적 협업이 핵심입니다.
역사
실내악은 몇 명부터 몇 명까지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음악의 정의를 내릴 때 이 장르는 사실 독주부터 실내악에 포함시킵니다. 하지만 보통 일반적으로는 두 명 이상의 연주를 할 때 실내악이라고 챔버뮤직이라고 얘기를 합니다. 일반적으로 두 명에서부터 약 여덟 명 정도까지의 연주 단체를 실내악 단위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챔버뮤직의 매력은 말로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특별합니다. 여러 명이서 몇 명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실내악이며, 옛날 궁정이나 귀족들의 저택에서 연주를 할 수 있는 작은 방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 방을 우리가 챔버라고 하는데, 여기서 연주할 수 있는 연주자의 숫자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10명 이상 20명 이렇게 오케스트라는 아무 공간에서 연주를 못하지만, 작은 방이 있고 악기가 있다면 악기를 꺼내서 서로 음악으로 대화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실내악의 본질은 바로 이 '대화'에 있습니다. 진정한 음악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바로 이 장르의 핵심입니다. 오케스트라처럼 지휘자의 통제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들이 서로의 소리를 듣고 반응하며 즉각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에서 음악이 탄생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실내악 연주자들은 작품의 멜로디 선율과 주제를 깊이 파악해야 하며, 각 악기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과 주제를 살리면서도 다른 파트를 위해 양보할 줄 아는 음악적 성숙함이 필요합니다. 감상할 때도 실내악단들의 이러한 역할 분담을 파악하면서 들으면 훨씬 더 깊은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다양한 앙상블 편성
실내악의 편성은 듀오(2명)부터 시작됩니다. 두 대의 악기가 연주를 하게 되면 보통 듀오라고 얘기하는데, 대표적으로 바이올린이 혼자서 연주를 하고 피아노가 반주를 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장르에서 여러 개의 악장을 나눠 놓은 제대로 된 형식이 갖춰진 음악을 우리는 소나타라고 얘기합니다. 베토벤이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9번에는 크로이처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것은 헌정받은 사람 이름입니다. 당시에 아주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크로이처를 위해 헌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 곡을 크로이처 소나타라고 부릅니다.
세 명에서 연주하는 것을 우리는 트리오라고 얘기하는데, 가장 많은 트리오 곡이 피아노삼중주로 만들어집니다. 피아노 트리오는 피아노 세 대가 아니라,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첼로가 연주를 할 때를 의미합니다. 차이콥스키가 아주 기가 막힌 피아노 삼중주를 쓴 적이 있었는데, 자기를 정신적으로 지원해 줬던 스승이자 친구 사이였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라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돌아가셨을 때 충격을 받아 만든 작품입니다.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 곡은 과거에 사람들이 피아노 삼중주로 썼던 것보다 훨씬 더 규모가 큰 작품이 되었습니다.
네 대의 악기가 연주하는 것을 우리는 콰르텟, 즉 사중주라고 합니다. 피아노를 제외한 다른 악기들이 보통 단선율을 연주하기 때문에 네 개의 선율이 모여지면 정말 완벽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구성은 현악사중주입니다. 1바이올린, 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이렇게 네 대가 모이는 것입니다. 하이든 때부터 이 장르가 본격적으로 발전했으며, 모차르트는 35살에 요절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악사중주를 23개나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현악사중주 세 곡인 21번, 22번, 23번은 첼로 연주를 굉장히 잘했던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라는 프로이센의 왕한테 헌정을 하려고 했던 곡이었기 때문에 첼로한테 비중을 상당히 실어준 작품들입니다.
다섯 명이 연주하는 것을 퀸텟, 오중주라고 하는데, 가장 많은 곡이 있는 것은 피아노 오중주입니다. 쇼스타코비치라는 러시아 작곡가가 초기에 피아노 오중주를 아주 멋지게 썼으며, 드보르작도 피아노 오중주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여섯 명이 연주하는 육중주는 브람스가 현악 육중주를 성공시킨 이후 차이콥스키 같은 작곡가들이 동달아서 이 편성으로 곡을 쓰게 됩니다. 일곱 명의 칠중주, 즉 셉텟은 굉장히 독특한 구성인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현악 칠중주로 "메타모르포젠"이라는 30분짜리 한 악장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덟 명이 연주하는 팔중주는 멘델스존이 16살에 두 팀의 현악사중주를 위해서 쓴 곡이 가장 유명합니다. 지금도 이 팔중주를 능가하는 옥텟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입니다.
음악으로 나누는 대화
실내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주자들 간의 음악적 대화입니다. 베토벤의 크로이처 소나타 같은 작품을 들어보면,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반주자와 주연주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엄청난 대화를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이 아주 균등한 위치에서 이 사람이 얘기하다가 또 이 사람이 얘기하는 방식으로 음악이 진행됩니다. 연습을 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해서 서로가 "이 부분을 우리가 어떻게 표현해야겠다", "내가 이렇게 할 텐데 당신이 이렇게 연주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끊임없이 대화를 나눕니다. 이것이 바로 리허설 과정의 본질입니다.
모차르트의 현악사중주 22번의 느린 악장을 들어보면, 첼로가 엄청난 고음을 연주해서 다른 세 악기가 반주하고 있다가, 같은 멜로디를 이번엔 바이올린이 맡으면서 다른 세 악기가 반주를 하게 됩니다. 마치 "첼리스트 그동안 반주한다고 힘들었죠. 먼저 멜로디 하세요. 제가 양보하겠습니다. 저희가 물론 조금 하다 힘들면 제가 받겠습니다"라고 대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역할의 교환과 양보는 실내악 연주의 핵심적인 특징입니다.
슈만의 피아노 사중주 느린 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이 살짝 전주를 하고 빠지면 첼로가 등장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으면 모든 일을 멈추고 싶어집니다. 이처럼 실내악 공연장에 가서 이 음악을 듣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모르던 음악이 정말 많았구나", "내가 무덤까지 가지고 가고 싶은 음악들이 생겨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실내악 연주에서는 서로서로가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잠깐 내가 쉴 때도 있고, 내가 반주를 하거나 내가 멜로디를 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멜로디를 주기 때문에 그중에서 피아노 삼중주가 나오기도 하고, 이중주가 나오기도 하고, 사중주가 나오다가 피아노를 제외한 다른 악기들이 막 나올 때도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을 계속해서 번갈아 연주하면서 정신없는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됩니다. 드보르작의 피아노 오중주 마지막 악장은 너무 빠르고 재밌어서 피아노 오중주 연주회를 가시면 앵콜로 나올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각 연주자가 작품의 멜로디 선율과 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다른 파트를 위해 적절히 양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실내악 연주의 본질입니다. 감상자 역시 이러한 역할 분담과 음악적 대화를 인지하며 들으면 훨씬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집니다.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이나 보자르 트리오 같은 역사적인 실내악단들은 평생을 함께 연주하며 이러한 음악적 대화의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정말 나중에 할아버지가 됐을 때도 함께 연주하고 있는 모습은 실내악이 단순한 연주를 넘어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하는 예술임을 보여줍니다.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의 가장 순수하고 진솔한 형태입니다. 연주자들의 밸런스와 호흡, 그리고 서로를 위한 양보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대화는 실내악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매력입니다. 각 악기가 자신의 역할을 살리면서도 전체 앙상블의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음악의 기쁨이 탄생합니다. 무수히 많은 실내악단이 지금도 존재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찾아 그들의 연주회를 계속 보다 보면 서로 다른 해석들을 비교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클래식 팬으로 활동하면서 더 멋진 팀들이 세상에 등장하고 클래식계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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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EBSCulture (EBS 교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