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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오페라의 변천 (바로크 오페라, 벨칸토 시대, 베르디 작품)

by 진헤 2026. 1. 24.

오페라극장

 

클래식 음악의 정점에 위치한 오페라는 단순한 공연 예술이 아니라 음악, 연극, 무대미술이 결합된 종합예술입니다. 이탈리아어로 '작품'을 의미하는 오페라는 그 이름만큼이나 예술가들의 협력과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입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해온 오페라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처음에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초기 작품들도 그 시대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크 오페라


바로크 시대 오페라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라는 두 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리아는 독립적으로 떼어낼 수 있는 완성된 노래였고, 레치타티보는 노래와 노래 사이를 연결하는 대사였습니다. 레치타티보는 말하듯이 진행되지만 음정이 있어 마치 랩처럼 들리는 독특한 형식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당시 관객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음악적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핸델의 리날도는 바로크 오페라의 대표작입니다. 독일 출신이었던 핸델은 영국으로 귀화한 후에도 당시 유행하던 이탈리아어로 오페라를 작곡했습니다. 십자군 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영국 관객들은 이탈리아어 가사집을 보면서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바로크 오페라는 한 문장을 반복하는 형태의 가사가 많아 가사집을 한 번 보고 나면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리날도에 등장하는 '날 울게 하소서'는 적군에게 잡혀간 알미레나가 부르는 절절한 아리아로, 전쟁이라는 극적 상황 속에서 개인의 슬픔을 아름답게 표현한 명곡입니다. 이 작품은 마법과 전쟁, 사랑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 속에서도 순수한 감정을 전달하는 바로크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모차르트는 바로크 시대를 거쳐 고전파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오페라 장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35년의 짧은 생애 동안 수많은 오페라를 작곡한 그는 초기에는 이탈리아어 오페라를 주로 썼지만, 후기에는 독일어로 된 징슈필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징슈필은 연극과 노래가 번갈아 나오는 독일식 마당놀이 같은 형식으로, 대중들이 자국어로 이야기를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었습니다. 마술피리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이자 징슈필의 걸작입니다.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을 구하라고 왕자에게 명령하지만, 실제로는 밤의 여왕이 거짓말쟁이였고 딸을 데려간 자라스트로가 선한 인물이었다는 반전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밤의 여왕의 아리아'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만이 부를 수 있는 초고음역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으로, 살벌한 가사 내용과 대조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베토벤은 음악사를 베토벤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오페라는 단 한 작품만 남겼습니다. 피델리오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하기 위해 부인이 남장을 하고 감옥에 침투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성악가들의 기교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욱 현란하고, 전체적으로 무겁고 순고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당시에는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적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베토벤다운 진지함과 깊이가 담긴 작품입니다.


벨칸토 시대


벨칸토는 '아름다운 노래'를 의미하며, 성악가들이 최고의 기량을 과시하는 시대였습니다.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로시니, 도니제티, 벨리니 같은 작곡가들이 활약했습니다. 벨칸토 오페라는 느린 음악에서는 아름다운 선율을, 빠른 음악에서는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며 성악가들의 능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시대의 오페라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인간 목소리의 한계를 시험하는 예술적 도전이었습니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코미디 오페라인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입니다. 피가로라는 이발사가 자신이 얼마나 유능한지 자랑하며 부르는 아리아는 '피가로'라는 단어를 연발하며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모차르트가 후속 이야기를 먼저 만들었고 로시니가 나중에 전편을 리메이크한 것입니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와 주옥같은 음악들로 지금까지도 희극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도니제티는 코미디와 비극을 모두 뛰어나게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사랑의 묘약은 단 2주 만에 작곡한 작품으로, 사랑을 얻기 위해 묘약을 샀지만 알고 보니 그냥 술이었다는 코미디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은 제목과 달리 슬픈 곡이 아니라, 주인공이 사랑의 묘약을 먹고 취한 상태에서 자신만만하게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테너들이 어려워하는 고난도 기교가 요구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람메르무어의 루치아는 도니제티의 비극 오페라 걸작입니다. 사랑하는 남자가 배신한 줄 알고 원치 않는 결혼을 한 루치아가 신혼 첫날 밤 신랑을 칼로 찔러 죽이고 미쳐버리는 이야기입니다. '광란의 아리아'는 하얀 드레스에 피를 묻히고 칼을 든 채 5분 동안 혼자 무대를 장악하는 장면으로, 플루트와 이중창을 하며 장조와 단조를 오가는 음악으로 광기를 표현합니다. SF 영화 제5원소에서 파란 외계인 디바가 부르는 노래가 바로 이 광란의 아리아였습니다.

도니제티의 연대의 딸은 테너의 기교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작품입니다. 군대에 들어간 주인공이 사랑을 쟁취하겠다며 부르는 아리아에는 테너가 내기 가장 어려운 하이C가 무려 아홉 번이나 등장합니다. 파바로티가 이 노래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말년에는 실패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곡입니다. 신나는 음악이지만 테너에게는 전혀 신나지 않은 고역인 셈입니다.

벨리니는 로시니나 도니제티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33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그는 많은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노르마 같은 걸작을 남겼습니다. 드루이드교의 여사제 노르마가 로마군과의 전쟁을 막기 위해 평화를 설득하는 '카스타 디바'는 순고한 음악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노르마가 평화를 주장한 이유는 자신이 적군 로마 장교와 사랑하는 사이였고 그 사이에서 아이까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그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자 노르마는 자신을 배신자로 선언하고 불속에 몸을 던지며 비극적으로 끝을 맺습니다.


베르디 작품의 웅장함과 깊이


오페라의 왕이라 불리는 베르디는 벨칸토 시대를 완성하며 오페라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습니다. 리골레토의 '여자의 마음'은 바람둥이가 부르는 경쾌한 아리아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극중 악당이 여자를 유혹하기 전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광대 리골레토가 청부업자를 고용해 그 악당을 죽이려 했지만, 잘못하여 자신의 딸이 죽임을 당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무대 뒤에서 다시 들려오는 '여자의 마음'을 듣고 리골레토가 실수를 깨닫는 장면은 오페라 사상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일 트로바토레는 복잡한 음모와 반전, 오해가 담긴 작품으로 마지막 결말이 너무나 잔인해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오페라입니다. 이 작품의 '대장간의 합창'은 산속에 숨어 사는 집시 남자들이 무기를 만들며 부르는 남성 합창의 대표곡으로, 망치질 소리와 함께 힘차게 진행되는 음악이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아이다는 베르디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화려한 무대로 유명합니다. '개선행진곡'은 이집트 장군이 에티오피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연주되는 곡으로, 트럼펫 솔로가 인상적이며 전 세계 오페라 중 가장 화려한 장면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매우 슬픕니다. 조국의 배신자로 누명을 쓴 장군이 돌무덤에 갇히고, 에티오피아 공주였던 아이다가 사랑하는 그와 함께 죽기 위해 무덤에 숨어 들어옵니다. 장군이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무덤이 열리나 싶었지만 그것은 환상이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부르며 함께 죽어가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합니다.

오페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시대의 예술적 정신과 인간의 감정을 총체적으로 담아낸 종합예술입니다. 바로크 시대의 정제된 아름다움부터 벨칸토 시대의 화려한 기교, 베르디의 웅장하고 깊은 감동까지, 각 시대마다 고유한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초기 오페라도 시대적 맥락을 이해하고 감상한다면 그 안에 담긴 예술적 가치와 감동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를 통해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클래식 음악이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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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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