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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렬주의 음악의 전개 (베베른과 메시앙, 배빗과 불레즈, 슈톡하우젠의 실험)

by 진헤 2026. 2. 4.

유럽건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음악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실험 중 하나는 총렬주의 음악(total serialism music)의 등장입니다. 이 음악은 음높이뿐 아니라 음길이, 강세, 음색 등 모든 음악적 요소를 음렬화하여 극단적인 논리성과 이성적 통제를 추구했습니다.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음악 체계를 구축하려 했던 작곡가들의 노력은 유럽과 미국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며, 베베른, 메시앙, 배빗, 불레즈, 슈톡하우젠 등이 이 흐름을 주도했습니다.

베베른과 메시앙

총렬주의 음악의 선구자로는 유럽의 베베른과 메시앙을 꼽을 수 있습니다. 베베른은 쇤베르크의 12음기법에 나타난 논리적 사고를 극단적으로 발전시켜 음의 간결함과 집중성, 그리고 외형적 경제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쇤베르크식의 기본음렬이 작곡가의 창조적 영감에 의해 만들어진 것과 달리, 베베른식 음렬기법은 미리 계획되고 짜여진 완벽한 상호 연관성을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젊은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이후 총렬음악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메시앙은 또 다른 방식으로 총렬주의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그는 1949년 다름슈타트에서 연주된 작품 『음가와 강세의 모드(Mode de valeurs et d'intensités)』를 통해 쇤베르크의 12음기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음악의 기본 구조를 "모드"라 칭하고, 이를 음악의 다른 요소에까지 확대 적용했습니다. 이 작품은 당시 젊은 세대 작곡가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슈톡하우젠과 불레즈는 메시앙의 제자가 되어 스승의 음악어법을 토대로 독자적 음악양식을 발전시켰습니다. 메시앙은 종교적 주제와 복합적인 리듬기법을 결합하여 '20세기의 신비주의자'로 불렸으며, 서양음악의 리듬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총렬주의 음악은 물리학의 용어인 "매개변수"를 통해 음악적 재료를 분화시켰습니다. 4개의 기본 매개변수인 음높이(음고), 음길이(음가), 음의 강도(음의 세기), 음색에 더해 음량, 음향 발생의 공간적 장소, 구조의 길이, 음의 수량, 음역, 음색층 등이 추가되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음악이라는 체계를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이러한 실험은 자유를 포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모든 요소를 동등하게 다루려는 급진적인 사고이기도 합니다. 듣는 입장에서는 차갑고 거리감이 있지만, 그 극단성 덕분에 음악이 어디까지 개념이 될 수 있는지를 묻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배빗과 불레즈

미국에서 총렬주의 음악을 주도한 배빗(Milton Babbitt)은 수학을 전공한 작곡가이자 이론가로서 독자적인 방식으로 음렬음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작품(Three Compositions)", "12개의 악기를 위한 작품(Composition for Twelve Instruments)" 등에서 리듬 구조를 12음 음고 구조와 결합하여 리듬의 음렬적 통제를 이룩했습니다. 배빗은 음고류 집합(Pitch-class set)과 형식상으로 유사한 리듬열을 이용했으며, 강도, 주법, 음색 등의 12음렬화는 음고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배빗의 체계에서 음렬은 구조의 측면뿐 아니라 작용상의 과정에서도 엄격하게 절대적으로 규정된 음가와 연관들의 "집합(set)"으로 구성됩니다. 따라서 12음 소재는 음악 소재의 모든 측면 속에 내재하는 가능한 연관들의 총체성을 대표하며, 개개 작품 속에서의 실제적인 전개는 이러한 모든 연관들이 폭로되는 치환의 과정입니다. 이는 유럽의 총렬주의 음악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으로, 음렬의 음고류 번호에 바탕을 둔 리듬의 기본열이 음렬의 전위, 역행, 역행전위형과 그것들의 음고류 번호를 따라 파생 리듬열을 형성하는 방식입니다.

불레즈(Pierre Boulez)는 메시앙에게 작곡과 분석을 배우며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로 접어들었고, 쇤베르크와 베베른의 작품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가 1952년 발표한 2대의 피아노를 위한 『구조I(Structures I)』는 총렬주의가 성공적으로 적용된 작품으로 꼽힙니다. 이 작품은 서로 다른 길이를 갖는 3부분(Ia-Ib-Ic)으로 나뉘었으며, 각 부분은 주제적 연관관계 없이도 템포, 강세, 음향의 강도에 따라 세 악장이라 칭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구분됩니다. 작품 전체는 음높이, 리듬, 다이내믹, 음색 등의 측면에서 각각 미리 제시된 음렬에 철저하게 작곡되었습니다. 불레즈는 메시앙의 『음가와 강세의 모드』에 사용된 음렬을 기초로 하여 기본음렬과 그 변형(12개), 역행음렬과 그 변형(12개)을 만들었고, 이를 숫자에 의한 도표로 만들어 리듬, 다이내믹, 음색에도 사용했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실험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은 메시앙의 제자로서 총렬주의적 기법의 사용을 확대시켰으며, 혁신적 음악으로 20세기 후반 음악계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작곡가입니다. 그의 초기 총렬주의 작품으로는 『크로이츠슈필(Kreuzspiel)』, 『피아노 작품 III, IV(Klavierstück III, IV)』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에서 음 하나하나는 독자적인 음길이, 다이내믹, 음색으로 음렬화되었습니다. 슈톡하우젠은 작곡이란 "음의 조직화"이며, 작곡가의 과제는 "모든 음을 전체에서나 부분에서 모순 없이 통일적인 법칙에 의해 정리하는 것"이라고 총렬주의 음악에 대한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설명했습니다.

슈톡하우젠의 음악에서 '음' 하나하나는 각각 전체적인 음악의 진행에서 소외되어 독립된 점으로 나타나며, 어떤 선율이나 화성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지 않고 각각 독자적인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베베른의 음악에 나타난 음재료의 구조화의 영향을 받아 총렬음악을 확립하는 기본 전제를 형성했습니다. 그는 짜임새의 밀집도, 음역, 템포까지도 열지어 사용했으며, 5개의 목관악기를 위한 『시간의 토막(Zeitmasse)』에서는 템포가 음렬과 같이 체계적인 방법으로 변화합니다. 이 작품에서 각각의 악기가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물 흐르듯 유연하고 자유스러운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슈톡하우젠은 이후 총렬음악, 전자음악, 우연성음악, 공간음악, 직관음악, 음형작곡(Formelkomposition), 모멘트음악(Momentemusik), 영적 음악, 종합적 무대음악 등 9가지의 다양한 음악양식을 연구하고 개발했습니다. 그는 음렬통제를 모든 영역으로 확장시켰고 화성적, 수직적 질량의 밀도에 대한 음렬화와 사전 통제의 가능성까지도 상상했습니다. 이후 전자음악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전자음악을 실험하고 작곡했습니다.

총렬주의 음악은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음악 체계를 구축하려는 극단적 실험이었습니다. 감정보다 논리를, 자유보다 질서를 선택한 이 음악은 차갑고 거리감이 있지만, 바로 그 극단성 덕분에 음악이라는 개념의 한계를 탐구하게 만들었습니다. 베베른, 메시앙, 배빗, 불레즈, 슈톡하우젠으로 이어지는 총렬주의의 전개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가장 치열한 지적 모험이었으며, 모든 음악적 요소를 동등하게 다루려는 급진적 사고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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