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 음악은 시간을 견뎌낸 음악입니다. 수백 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보편적 감정과 탁월한 예술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그 매력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쳐 왔습니다. 이제는 두 번째 기회를 가져야 할 때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뿐, 우리 주변에는 이미 친숙한 멜로디의 클래식 음악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파가니니 광시곡 : 제목 너머의 아름다움
일상 속에서 우리는 버스 정류장, 쇼핑몰, 심지어 화장실에서조차 음악을 듣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은 자주 지나갑니다. 어느 순간 너무 좋은 멜로디가 들리면 모든 것을 멈추게 되죠. "이거 괜찮은데?" 하고 귀를 기울이지만, 문제는 제목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의 가장 큰 장벽은 바로 어려운 제목입니다.
러시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라흐마니노프가 작곡한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광시곡'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원래 제목은 훨씬 더 길어서 '파가니니의 주제에 의한 랩소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광시곡이라는 말에서 한문 '미칠 광(狂)'자를 떠올리며 미친듯이 연주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 랩소디(Rhapsody)는 굉장히 자유로운 형식의 곡을 의미합니다.
이 음악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18번 변주에 등장하는 멜로디입니다. 피아노가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선율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오케스트라가 웅장하게 합류하며 감동을 배가시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멜로디가 원래 파가니니가 작곡한 '24개의 카프리스' 중 마지막 24번의 주제를 거꾸로 뒤집어 만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파가니니의 원곡이 '딴따따라따라다라'라면, 라흐마니노프는 이를 뒤집어 '따라라라따라라라'로 변형시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아름다운 선율을 창조해냈습니다.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솔로곡으로 굉장히 복잡하고 비르투오소적인 음악을 많이 작곡하고 직접 연주했던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그의 연주는 마치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놀라운 기교로 가득했고, 이는 클래식 음악과 다른 음악의 가장 큰 차이점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많은 곡에서 놀라운 기교를 보여주기 때문에, 연주회에서 직접 봤을 때 연주자들에게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접근성 좋은 음악들부터 천천히 듣는 것을 시도해보면 점점 흥미가 생기고 확장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리스트라는 피아니스트는 파가니니의 연주를 보고 큰 영감을 받았습니다. "악기 하나를 가지고 저렇게 연주를 할 수가 있단 말인가"라며 놀라워했고, 자신도 피아노계의 파가니니가 되어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곡이 바로 '라 캄파넬라'입니다. 캄파넬라는 이탈리아어로 '종소리'를 의미하는데, 피아노 건반 위에서 작은 종들이 울리는 듯한 소리를 흉내내며 극도로 어려운 기교를 요구합니다. 이처럼 클래식 음악은 전통과 혁신의 연속입니다. 앞서 만들어진 곡들의 영향을 받아 자신만의 것을 추가하고, 전통이 만들어지면 또 다른 사람들이 거기서 혁신을 만들어냅니다. 전통이 만들어져야 혁신이 있고, 그 혁신으로 전통이 부서져야 다시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영화 속 클래식
클래식 음악에는 느리고 지루하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해입니다. 클래식 음악만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놓은 장르는 없습니다. 우연히 느린 음악을 접했을 뿐, 상당히 강렬하고 빠르며 심지어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화려한 음악도 많습니다. 특히 다른 음악이 정말 따라올 수 없는 감정이 하나 있는데, 바로 웅장한 음악입니다.
칼 오르프가 작곡한 '카르미나 부라나'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곡의 오프닝은 광고, 영화, 오디션 프로그램 등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합창단이 낮은 목소리로 박자에 맞춰 시작하다가 점점 격렬해지는 이 음악은 가슴을 끓어오르게 만듭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라틴어 시집을 가지고 만든 일종의 칸타타입니다. 칸타타는 음악으로 연극을 하는 것, 즉 동작 없이 음악만으로 연기하는 짧은 단편 연극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오프닝에서는 "오 운명의 여신이여"라고 외치며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사실 쾌락주의적인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와 같은 메시지를 라틴어로 진중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1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현악기 연주자들이 굉장히 복잡한 음악을 요란하게 시작하다가, 중간 부분에 등장하는 멜로디는 영국 에드워드 7세 대관식을 위해 만들어진 대관식 송가로 사용되었습니다. 이 짧은 행진곡은 외국에서도 학교 졸업식 같은 곳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됩니다. 엘가는 위풍당당 행진곡을 시리즈로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총 6개가 존재하는데, 5개는 완성되었고 6번째는 미완성으로 남아있습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네순 도르마'도 광고와 오디션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 음악입니다. "아무도 잠들지 말라"는 뜻의 이 아리아는 공주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니 백성들도 전체가 잠들지 말라는 명령이 내려진 상황에서 왕자가 부르는 노래입니다. 마지막에는 "빈체로(승리하리라)"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끝나는데, 음악만 들으면 전쟁 상황의 장군이 노래하는 것 같지만, 오페라 전체를 보면 밤에 혼자 자기 숙소에서 외로이 달을 쳐다보며 부르는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강렬한 임팩트 하나로 우리는 전체를 보려고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계속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클래식 음악입니다.
영화와 클래식은 상당히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처음 영화 음악을 만들 때부터 클래식 작곡가들을 섭외했고, 지금도 많은 클래식 작품들이 영화 음악에 사용됩니다. 홀스트의 '행성' 중 '화성, 전쟁을 가져오는 자'는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음악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런던 국회의사당이 폭파되는 장면에 사용되어 정치적, 사회적 격동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곡은 1812년 나폴레옹군을 격파한 러시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실제 대포 소리가 악보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야외 공연에서는 실제로 대포를 쏘는 연출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음악교육의 가치
클래식 음악은 선입견의 벽을 넘어야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느리고 지루한 음악"이라고 생각하지만, 느린 음악만이 주는 매력은 따로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은 31살에 요절한 작곡가가 말년에 쓴 곡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만들어내는 차분하면서도 깊은 감동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배리 린든'에서 결정적인 장면에 사용되었습니다.
베토벤의 '교향곡 7번' 2악장도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고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입니다. 처음엔 느리게 걸어가지만 나중에는 템포를 유지하면서 강렬해집니다. 이 곡은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바다 밑에 있는 모든 잠수함들이 한꺼번에 잘못된 명령을 받고 미사일 버튼을 누르는 세계 멸망의 장면에 사용되어 큰 인상을 남겼습니다. 평소 클래식 음악이 나오지 않던 영화에서 정말 중요한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택한 것입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키팅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과목들은 우리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해 주는 수단과 같은 과목들이 굉장히 많아. 하지만 시,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분야는 인생의 그 자체 목적이다." 우리가 교육을 받으면서 좋은 곳에 취직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풍요로운 생활을 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서 결국 우리가 하려는 것은 예술입니다. 나중에 그것을 깨달았을 때 어렸을 때 들었던 음악이 없다면 "나는 지금 뭘 해야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음악 교육은 그래서 참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음악들을 많이 들어봐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것을 계속해서 듣고 싶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대부분 어렸을 때의 경험입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를 데리고 공연장에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특히 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이런 음악을 많이 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클래식 음악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고 들으려고 하면 뇌가 굉장히 발전한다는 과학적 연구도 많이 존재합니다. 논리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창의력이 항상 동시에 발전할 수 있고, 그것은 음악 외에 다른 곳에도 분명히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