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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 Op.94a 2번 연주 팁

by 진헤 2026. 4. 11.

오늘 다룰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원래 1943년에 플루트를위해 완성된 플루트 소나타이다. 이후 바이올리니스트 비드 오이스트라흐가 개작을 제안했고, 프로코피에프가 이를 받아들여 Op.94a로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피치카토, 하모닉스, 더블스톱 같은 현악기 특유의 주법들이 추가되면서, 단순한 편곡이 아니라 거의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 곡은 내가 대학원 다닐 시절 실기 리사이틀때 연주했던 곡이었다. 그 이후로 자신있는 레파토리가 되어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플루트와도 이곡을 꽤 많이 연주하고 있다. 수많은 무대 경험을 살려 프로코피에프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연습하는 방법과 효과적인 터치부터 페달링 주법까지 유용한 팁을 적어보려고 한다.

1악장

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이다. D장조와 A장조의 관계도 너무 교과서적이다. 그런데 그 안에 비화성음이랑 이른바 ‘wrong note’들이 계속 끼어들면서 귀를 미묘하게 흔든다. 악보만 보면 안정적인데, 소리로 들으면 계속 불안하다. 나도 처음엔 “내가 잘못 치고 있나?” 싶어서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프로코피에프가 자신의 음악적 특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 것도 이 곡을 연습하면서 정말 체감하게 됐다.

  • 고전적: 형식과 조성은 분명히 고전적이다
  • 현대적: 그런데 화성은 계속 엇나간다
  • 토카타적: 리듬은 거의 타악기처럼 밀어붙인다
  • 서정적: 갑자기 길고 아름다운 선율이 나온다
  • 그로테스크: 그리고 또 갑자기 장난스럽게 뒤튼다

이게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악장 안에서도 아무 예고 없이 계속 바뀐다. 연주자로서는 이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결할지가 생각보다 어렵다. 보통 피아노를 칠 때는 페달을 잘 쓰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곡에서는 오히려 반대로 접근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다.

특히 1악장 제시부에서 바이올린이랑 같이 16분음표를 몰아치는 부분에서는, 페달을 조금만 과하게 써도 리듬이 금방 뭉개진다.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페달을 밟았다가 소리가 탁해져서 계속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거의 “말린 소리”에 가깝게, 건조하고 또렷하게 치는 게 올바른 방법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국 아티큘레이션이다. 1악장 15마디에서는 오른손은 테누토로 충분히 눌러주고, 왼손은 거의 논레가토로 짧게 처리해야 한다. 이걸 손마다 다르게 가져가는 게 처음엔 정말 어색했는데, 따로 분리해서 연습하고 나니까 그제야 자연스럽게 붙기 시작했다.

2악장

2악장 스케르초에서는 헤미올라가 핵심이다.
이게 말로는 간단한데, 실제로 합주할 때는 꽤 위험한 요소다. 특히 처음을 피아노가 혼자 시작하는데, 여기서 합의했던 템포로 확실한 아티큘레이션을 살려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 바이올린이 박을 살짝 비틀고 들어올 때 피아노까지 같이 흔들리면, 곡이 그냥 무너진다. 그래서 나는 이 악장에서는 왼손 오스티나토를 거의 ‘기계처럼’ 유지하려고 했다. 이게 단단해야 위에서 아무리 흔들려도 전체 구조가 버틴다.

3악장

3악장 안단테는 짧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가는 악장이다. 처음에는 그냥 ‘아, 예쁜 악장이네’ 정도였는데, 연습할수록 밸런스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껴졌다. 피아노는 계속 분산화음으로 받쳐주는데, 나도 모르게 소리를 키우게 된다. 실제로 한 번은 바이올리니스트한테 “피아노 때문에 제 소리가 안 들려요”라는 말을 듣고 꽤 충격받았다. 그 이후로는 이 악장에서만큼은 ‘내가 배경이다’라는 감각을 따로 연습했다. 그런데 A' 부분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다. 바이올린이 반주로 내려가고, 피아노가 주제를 가져간다. 이때를 반주처럼 치면 진짜 아무 의미가 없어져버린다. 소리를 키우는 게 아니라, 음색을 바꿔서 자연스럽게 전면으로 나오는 느낌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4악장

4악장 Allegro con brio는 에너지 싸움이다. 형식은 론도 소나타지만, 연주할 때는 그런 구조보다 “얼마나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졌다. 코다에서 모티브가 스트레토처럼 겹쳐 나오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처음 합주할 때는 서로 타이밍을 맞추려고 조심하다 보니 오히려 에너지가 죽었다. 그래서 아예 “둘 다 그냥 밀어붙이자”라고 합의하고 나서야, 그제야 클라이맥스다운 느낌이 살아났다.

이 4악장에서도 결국 중요한 건 아티큘레이션이다. 페달을 적게 사용하고 자칫하면 풍성하게 들릴 수 있는 밀도있는 화음들을 간결하게 들리게 연습해야 한다.

 

이 곡은 고전적인 틀 안에서 현대적인 어법이 계속 충돌하는 음악이다. 그래서 악보만 보고 접근하면 계속 어긋나는 느낌이 남는다.

나한테는 이 곡이 “눈으로 이해하는 곡이 아니라, 귀로 납득해야 하는 곡”이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악보를 분석하기보다,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지?’를 계속 느끼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지금도 완전히 익숙해졌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낯설었던 감각이 곡의 핵심이라는 이제 확실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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