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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Hob. XVI:23 - 1악장 (판본 비교, 셈여림, 연주 적용)

by 진헤 2026. 4. 8.

고전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다 보면 악보에 다이나믹 표시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공자의 경우 원전판 악보를 주로 사용하는데, 셈여림 지시가 없어서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 오늘 다루게 될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Hob. XVI:23의 1악장을 연습했을 때, 셈여림 지시 없이 수십 마디가 이어지는 부분을 보며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판본마다 해석이 다르고, 어느 것이 맞는지 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이든 에디션 악보

판본 비교

Wiener Urtext Edition(이하 W.U.)은 하이든이 남긴 원전 자료에 최대한 충실한 판본입니다. 여기서 원전판이란 작곡가가 직접 기보하거나 가장 초기에 출판된 악보를 기반으로 편집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악보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W.U.를 펼쳐놓고 1악장을 처음 분석했을 때, 1마디부터 수십 마디까지 셈여림 표시가 단 하나도 없는 구간이 반복되는 걸 보고 이게 의도인지 단순한 기보 생략인지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두 가지 이유가 겹쳐 있다고 봅니다. 하이든이 활동하던 18세기 중후반에는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 초기 피아노포르테가 혼재했습니다.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아무리 세게 눌러도 음량이 달라지지 않는 악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건반 악기로 연주되는 것을 전제로 다이나믹 지시를 의도적으로 비워뒀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동시에, 당시 피아노는 지금 우리가 연주하는 현대 피아노와는 음량과 울림의 범위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작곡가 입장에서 피아노를 주된 악기로 상정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원전판의 빈칸을 어떻게 채울까요. 제 경험상 가장 실용적인 기준은 선율의 확장 구조를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악장 도입부 A주제(1-4마디)는 짧은 부점리듬으로 이루어진 압축된 선율인데, 이어지는 A' 부분(4-12마디)은 같은 재료를 32분음표로 풀어내며 마디 수도 늘어납니다. 선율이 확장되면서 에너지가 커지는 구조이므로, A는 상대적으로 작게, A'는 크레셴도(crescendo)로 몰아가는 것이 음악적 논리에 맞습니다. 여기서 크레셴도란 점점 소리를 크게 하라는 지시를 의미합니다.

판본별로 접근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W.U.: 다이나믹 지시 없음. 연주자가 선율 구조와 시대적 맥락을 스스로 판단해야 함
  • Breitkopf & Härtel(B.H.): 도입부에 p를 제시하고 A' 확장 선율에서 mf 수준으로 대조를 유도
  • Peters Edition(P.E.): B.H.와 유사한 방향이지만 이음줄(Slur) 배분과 크레셴도·데크레셴도 위치에서 세부적으로 다른 제안을 제시

하이든 소나타의 다이나믹 해석 방향은 고전주의 음악 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논의되는 주제입니다. 피아노 연주법 문헌에 따르면 선율이 올라가면 커지고 내려가면 여려지는 방식이 당대의 보편적인 표현 관습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세종대학교 학술정보원). 이 원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프레이즈의 목적과 조성의 흐름을 먼저 읽고 그 안에서 선율의 방향을 따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음악으로 흘렀습니다.

 

 

하이든 악보

 

 

셈여림

셈여림의 문제도 주목할만 한데요. 제가 특히 당혹스러웠던 구간은 29~33마디였습니다. B.H.와 P.E. 두 판본 모두 이 구간에 f, fz, mf를 연달아 배치하는데, 현대 피아노로 이 셋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문제로 남습니다. 여기서 fz란 포르테찬도(forzando)의 약어로, 해당 음 하나를 갑작스럽고 강하게 강조하라는 지시입니다. 단순히 "세게 치라"는 f와는 다르게, 특정 음에 순간적인 악센트를 주는 것입니다.

직접 연습해보니 이 구간에서 f의 절대값을 먼저 정해두면 오히려 해석이 더 좁아집니다. 29마디의 f는 단조 전조와 앞선 크레셴도를 이어받은 클라이맥스 지점이고, 30마디의 fz는 하이든 특유의 리듬 악센트로서 f 안에서의 강조입니다. mf는 이후 스타카토(staccato)가 함께 표기된 것을 보면 현대 피아노 기준으로는 오히려 꽤 절제된 소리를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스타카토란 음표를 본래 음가보다 짧게 끊어서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다시 말해 이 구간의 핵심은 절대적인 음량보다 f들 사이의 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발전부(47-85마디)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됩니다. 58-59마디를 두 판본이 다르게 처리하는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B.H.는 58마디에 스타카티시모(staccatissimo), 59마디에 이음줄로 대조를 만들고, P.E.는 59마디를 스타카토로 처리해 58마디보다는 덜 짧게, 그러나 여전히 끊어서 연주하도록 유도합니다. 여기서 스타카티시모란 스타카토보다 더 극단적으로 짧게 끊어 연주하라는 지시로, 통상 음표 본래 음가의 4분의 1 정도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59마디를 레가토에 가깝게 처리하면 58마디와 아티큘레이션의 대조가 생기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60마디 p를 예고하는 흐름을 만들어줍니다. 제가 직접 이 두 가지 방식을 번갈아 연습해보니, P.E.의 방식이 프레이즈의 목적을 더 뚜렷하게 전달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재현부 105~113마디의 왼손 트릴 구간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곡이 작곡되던 당시에는 페달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릴(trill)은 단순한 장식음이 아니라 긴 음표를 지속시키는 대체 수단으로 기능했습니다. 트릴이란 기보된 음과 그 바로 위 음을 빠르게 교대로 반복하는 기법입니다. P.E.가 이 부분에 f를 표기했지만, 그대로 적용하면 왼손 트릴의 음량이 오른손 선율을 덮어버릴 위험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연습하면서 왼손은 mp 수준으로 억제하고 오른손만 f로 올리는 방식으로 조정했더니, 선율과 반주의 발란스가 비로소 잡혔습니다.

하이든 소나타의 연주 해석에 관해서는 국내 음악학 연구에서도 지속적으로 검토되어 왔습니다(출처: 경북대학교 논문집).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점은 시대 악기와 현대 피아노의 차이를 인식하고, 다이나믹을 절대값이 아닌 상대값의 관계로 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든 소나타의 다이나믹 해석은 정답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근거를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W.U.의 공백이 불편하게 느껴졌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그 여백이 오히려 연주자에게 주어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H.와 P.E.를 대조하며 각각의 논리를 확인하고, 그 위에서 고전주의 시대성을 기준으로 자신의 해석을 쌓아가는 것이 이 곡에 다가가는 현실적인 방법일 것입니다. 판본 두 개를 나란히 펼쳐두고 한 마디씩 비교하는 작업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곡의 구조가 훨씬 선명하게 읽히기 시작합니다.


참고: - 양희나, "졸업연주 프로그램 해설 : F. J. Haydn 「Sonata in F Major, Hob. XVl : 23」",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 송슬아, "J. S. Bach Toccata BWV. 914 / F. J. Haydn Sonata Hob. XVI: 23", 세종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 박유미, 『피아노 문헌』, 음악춘추사, 2010
  • 김경임, "하이든 건반악기 소나타의 형식구조 및 연주해석", 경북대학교 논문집 vol. 45, 1988
  • 송정이, 『피아노 연주와 교수법』, 음악춘추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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